능소화

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다가 꽃을 보았다. 많이 본 꽃이다. 벌써 저 꽃이 피는가. 저 꽃이 피면 때는 본격적으로 여름이다. 참 이상한 해의 절반을 지나가며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오다다 꽃을, 본격적인 여름의 꽃을 보았다. 저 꽃. 이름이 뭐더라. 이름이 뭐였더라.

나는 자꾸 명사를 잊는다. 잊어버린다. 어제밤에는 모 영화배우의 이름을 기억해 내느라 어둠 속에 오래 누워 있었다. 저 방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. 그러지 않았다. 머리 맡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볼 수도 있었다. 그러지 않았다. 오로지 현 상태의 내 두뇌만 가지고 그의 이름을 기억해 내고 싶었다. 그의 이름은 새벽 나절에 설핏 잠들었던 잠 속에서 떠올랐다. 나는 자꾸 명사를 잊는다. 잊어버린다.

바다, 라든가, 바람, 이라든가, 이런 말들마저 잊는다면, 잊게 된다면. 꽃 이름은 문득 떠올랐다. 능소화.

Written on June 22, 2020