고양이에게 코로나를 묻다

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코로나를 물었다. 고양이는 야옹, 하더니 별 미친 놈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제 갈 길 갔다. 지나가는 고양이는 사실 우리집에 사는 고양이이다. 우리집에 사는 고양이는 나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. 그래서 맨날 지나간다. 덩달아 나도 그냥 지나간다. 우리집 고양이는 나에게는 지나가는 고양이인데 가끔은 제 앞을 지나가는 나를 톡톡 치기도 한다. 돌아보면 저 만치 내빼고 없다. 지나가는 고양이와 지나가는 인간의 관계는 딱히 좋지도 아니하고 나쁘지도 아니하다. 지나가는 고양이는 막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앉으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. 막내에게 고양이는 지나가는 고양이가 아니라 앉아 있는 고양이, 보채는 고양이이다.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코로나를 물었으나 지나가는 고양이는 코로나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.

Written on June 20, 2020